조별과제는 왜 늘 한 사람이 다 하게 되는가

조별과제 역할 분담

조별과제에서 일이 한 사람에게 몰리는 건 게으른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다.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 처음부터 일을 안 나누기 때문이다.

“자료 조사, 발표 자료, 발표” 이렇게 셋으로 나눈 순간 문제가 생긴다. 이건 역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순서다. 조사가 끝나야 자료를 만들 수 있고, 자료가 나와야 발표를 연습한다. 앞사람이 늦으면 뒷사람은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일이 없다. 그러다 마감이 닥치면 가장 불안한 사람이 남은 걸 전부 떠안는다.

나눌 수 있는 것과 나눌 수 없는 것

나눌 수 있는 것은 결과물이다. 슬라이드 열두 장을 넷이 세 장씩, 조사 항목 여덟 개를 넷이 두 개씩. 각자가 자기 몫을 들고 오면 그대로 합쳐진다. 누가 늦어도 나머지 셋은 자기 것을 끝낼 수 있다.

나눌 수 없는 것은 공정이다. 조사에서 제작, 발표로 이어지는 건 한 줄로 늘어선 작업이라 나눠도 동시에 굴러가지 않는다. 이걸 역할이라고 부르는 순간 셋 중 둘은 대기조가 된다.

그래서 분담은 두 층으로 한다. 먼저 결과물을 인원수만큼 쪼개 나누고, 그다음에 합치는 사람과 발표하는 사람을 따로 정한다. 합치기와 발표는 일이 아니라 부담이라서, 결과물 몫을 나눌 때와 같은 자리에서 같이 배정해야 뒤탈이 없다.

랜덤이 필요한 지점은 따로 있다

역할을 전부 랜덤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잘하는 사람이 명확한 자리가 있다. 자료를 잘 만드는 사람이 슬라이드를 맡는 건 조 전체에 이득이다.

랜덤이 필요한 건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다.

발표 — 부담이 가장 크고, 못했다는 평가가 개인에게 남는다.

합치기와 제출 — 남의 지각을 대신 감당하는 자리다.

마지막 검토 — 티는 안 나는데 안 하면 사고가 난다.

이 셋은 실력으로 정할 근거가 약하고, 자원을 받으면 늘 같은 사람이 손을 든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음 학기에도 같은 자리에 있게 된다. 여기서만 사다리를 돌리면 된다.

나누고 나서 지킬 것

마감을 조 마감보다 앞에 둔다. 제출이 금요일이면 우리 마감은 수요일이다. 이틀은 늦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합치는 사람을 위한 시간이다.

바꾸려면 짝을 지어 바꾼다. “저 이거 못 하겠어요”는 받아주되, 누구와 바꿀지까지 본인이 정해 오게 한다. 그냥 반납하면 결국 조장에게 간다.

안 낸 사람의 몫은 대신 하지 않는다. 한 번 대신 해주면 그게 기본값이 된다. 빈 채로 두고 그 자리에 누가 비었는지 적어두는 편이 조 전체에 낫다. 불편하지만 다음 과제를 살린다.

조별과제 역할 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