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무실에 열 명이 있어도 청소는 늘 같은 두세 명이 한다. 게을러서가 아니다. 누가 맡을지 아무도 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담당이 없는 일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람이 처리한다. 쓰레기통이 넘친 걸 본 사람, 탕비실 개수대가 지저분한 걸 참지 못하는 사람. 그 사람이 한 번 치우면 다음에도 그 사람이 치운다. 나머지는 “저 사람이 하니까”로 안심하고 넘어간다. 몇 주 지나면 그게 관행이 되고, 관행은 아무도 강제하지 않았는데도 그 사람의 몫으로 굳는다. 정작 그 사람은 자원한 적이 없다.
왜 사다리가 맞는 도구인가
점심 메뉴나 커피 내기는 후보 중 하나를 뽑으면 끝난다. 청소 당번은 다르다. 한 명을 뽑는 게 아니라 전원에게 자리를 하나씩 배정해야 한다. 화장실도 누군가 맡아야 하고 분리수거도 누군가 맡아야 한다. 룰렛으로 화장실 담당만 뽑으면 나머지 구역은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채 남는다.
사다리타기는 이 문제에 정확히 맞는다. 참가자 줄과 항목 줄을 세로로 세워두고 가로선을 타고 내려가면, 모든 사람이 어느 구역이든 하나씩 짝지어진다. 빠지는 사람도 없고 겹치는 구역도 없다. 결과가 나온 뒤에 화면에 남은 사다리 그림을 보면 왜 그 사람이 그 구역인지 손으로 짚어가며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룰렛은 멈춘 자리를 믿는 수밖에 없지만, 사다리는 선을 따라가며 눈으로 검증할 수 있다.
구역을 나누는 요령
사다리는 공정하게 섞을 뿐이지, 애초에 이상하게 나눈 구역을 바로잡아 주지는 않는다. 나누는 쪽에서 몇 가지는 미리 정리해야 한다.
일의 양을 맞춘다. 화장실 청소와 책상 위 물티슈 닦기를 같은 무게로 두면, 그 둘 중 뭐가 걸리느냐에 따라 사다리 결과에 대한 불만이 갈린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역과 짧은 구역을 섞어서 하나씩 배치해두면 누가 걸려도 크게 억울하지 않다.
모호한 항목은 넣지 않는다. “그때그때 도와주기”, “전체적으로 살피기” 같은 항목은 범위가 없어서 맡은 사람이 뭘 해야 끝나는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범위가 없는 일은 하기 싫은 일이 된다. 구역은 눈으로 확인 가능한 단위로 쪼갠다 — 화장실, 분리수거, 설거지, 탕비실처럼 시작과 끝이 분명한 이름을 쓴다.
인원과 구역 수를 맞춘다. 사다리는 참가자와 항목의 수가 같아야 성립한다. 사람이 남으면 구역을 하나 더 쪼개고, 구역이 남으면 두 개를 묶어서 인원수에 맞춘다.
정했으면 바꾸지 않는다
사다리를 돌리기 전에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자리에서 다시 돌리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다시 돌리면 그다음부터는 결과가 나와도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언제든 무르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정한 뒤에는 최소 한 주는 유지한다. 그 사이에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다음 판에 그 이야기를 반영하면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면 — 보통 2~4주 — 같은 사람이 같은 구역에 익숙해지기 전에 다시 돌린다. 매번 같은 조합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주기적으로 다시 섞는다는 규칙 자체가 “이번엔 내가 편한 구역이 걸렸으니 계속 이거 할게” 같은 암묵적 고정을 막아준다.
링크로 공유해두면 그 자리에 없던 사람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사다리 그림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나중에 왜 이렇게 나왔는지 다툴 일도 없다.